과학과 경험적 증거만이 실재를 이해하는 확실한 길이라는 주장에도 믿음으로만 알 수 있는 우주관이 전제되어 있다. 예컨대 미국 철학자 C.스티븐 에번스(C. Stephen Evans)는 “본질상 과학은 초자연 세계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지 여부를 탐구하는 데 부적격하다”라고 썼다. 과학의 기본 방법론은 모두 현상에 자연적 원인이 있다고 항상 전제하기 때문에, 물질세계 너머에 뭔가가 있음을 증명하거나 반증할 수 있는 실험은 없다. 일례로 기적이 발생했음을 경험적으로 증명할 방도가 없다. 과학자라면 자연적 원인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무조건 전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자연적 기적이 정말 발생했다 해도 현대 과학은 결코 이를 인지할 수 없다.
에번스는 “이 세상 너머에 초자연적 실재가 없다”라는 진술이나 “이 세상 너머에 초월절 실재가 있다.”라는 진술은 둘 다 과학적 명제가 아니라 철학적 명제라고 역설했다. 둘 중 어느 쪽도 합리적 인간이 회의할 수 없게끔 경험으로 증명이 불가능하다. 요컨대 신이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반드시 믿음이 담겨 있다. 따라서 과학만이 진리의 기준이라는 선언은 그 자체가 과학적 연구 결과가 아니다. 그 또한 하나의 신념이다.
팀 켈러 “답이 되는 기독교” pp.5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