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을 일컫는다. 철학에서는 양심을 가리켜 인간이 사회적 맥락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도덕적 책임을 느끼는 감정이라고 규정한다. 양심이 의식 혹은 감정이라면 염치는 양심의 표상이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혹은 “염치 없는 놈”이라는 표현을 보면 양심과 염치는 거의 동의어처럼 쓰이는 것 같지만, 나는 양심은 심성을 가리키고 염치는 행위를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역사학자 이덕일은 염치를 ‘조선의 시대정신’이라고 추켜세운다. 조선시대에 선비가 사대부 집안에서 식사 대접을 받으면 보통 밥의 3분의 1 정도만 먹고 물렸다고 한다. 그래야 그 댁 종들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대부가 남의 집 종의 눈치를 보며 식욕 본능을 자제하는 게 바로 염치다.
최재천, “양심” p.14